음악은 그것을 진정으로 들을 줄 아는 사람에게서 비로소 가치를 발한다. 매년 언론매체들은 '어깨의 힘을 뺀 클래식'
이라고 주절대는 경향이 있지만, 클래식이 대체 언제 어깨에 힘을 줬었는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당대 최고 팝스타 모짜르트의, 애초에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잡담을 하고 춤을 추고 술과 과자를 먹는 떠들썩한 놀이에
곁들일 수 있게 작곡된 세레나데, 디베르티멘토 등을 어둡고 조용한 곳에서 고상한 척 듣는 건 순전히 블랙 유머인데도.

▲ 이렇게 듣자.
음악적 익살 [Musikalischer spaβ, F major, K522], 제목부터 천진하고 쾌활하기 그지없는 이 작품 역시 옆에 과자를
두고 와작이며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귀 기울여야할 그의 작품 가운데 하나다. 나야 물론 이전이나
이후나 다름없이 천상 희극배우가 운명이구나-라고, 무지 진지하게 듣기는 마찬가지지만.

▲ 냅다 납죽! 실은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자세일 뿐.(...)
나는 이 작품의 자필악보 사본을 옆에 두고 공부했던 적이 있다, 슈베르트처럼 스케치를 통해 작곡과정 등을 알 수 있다던가도 아닌 일필휘지 모짜르트를, 굳이 자필 악보를 찾아 공부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 같은 소리를 들을 법도 한데, 무엇이든 '그 자체로 좋은' 이 바닥 특성상인지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한 때 이 작품의 자필악보 진본을 소장했던 슈베르트도 혹 나와 같은 마음으로 "드물게 건강한 음악을 쓰는 작곡가" 모짜르트를 흠숭했을지 모르겠다...
각각 두개의 바이올린과 혼, 비올라,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이 꼴사나운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의 주제는 다름아닌
치졸한 작곡.
그러나 철저히 무능한 작곡가의 작품을 노골적으로 풍자하고 있음에도 특유의 위트와 우아함, 더불어 주체할 수 없이 '충동적인' 천재성이 발휘된 이 작품은, 음악사상 어떤 작품도 필적치 못할 최강의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세계질서의 위대한 훼손에는 대칭성은 물론(4박자에 3박자가 대응하고) 기본적인 으뜸음 강조도 없고(딸림화음으로 향하는 이끔음이 너무 일찍 울린다), 철저한 비논리 지향에(주제들은 서로 무관하게 연결된다), 관계조로의 전조도 없으며 하나의 오스티나토 또는 조악한 선율에 붙여진 허식적인 셋잇단음표가 꼴불견을 이루는 등 몇마디 간 어색한 반주형을 써 반주의 균형감마저 파괴해버린다.
잘못된 허위진행 뒤에 일부러 갑자기 맞는 울림을 써 놀라게 하는 그 장난끼 가득한 도발과 조소, 아다지오 악장의(이 악장 내내 혼은 침묵) 공허한 귀절연속 끝에 붙은 마찬가지로 관련성없이 형편없는 상승과 값싸게 반음 높인 패시지의 곡예, 또 마지막 악장의 지나치게 오래 붙든 주제로 말미암아 급기야 악기들을 따로놀게 하는 어머어마한 실패라니―
혼은 원조성인 F 장조, 제 1바이올린은 G장조. 2바이올린이 A장조, 비올라가 E flat 장조, 콘트라베이스가 B flat 장조인 이 짧은 두 마디로서, 깔깔대는 그 남자 모짜르트는 이미 20세기초 불협화음의 해방을 예고해버렸다. (모짜르트의 세계관 자체가 초현실적이고 미래적이긴 하지만― 정치적인 면까지!) 3도 음정이 더이상 편안히 걸맞지 않을 때까지 잡고 늘어져, 심지어 그것을 미뉴엣에서처럼 혼이 연주하는 완전히 무조적인 상태로까지 다루는......그 기막힌 아름다움이란!
▲ 마치 음악의 미래를 조롱하는 듯한 충격적인 파국의 결말!
그래서그래서 이 작품은 희극배우의 목을 졸랐다. 이 코미디의 귀결은 "모짜르트는 쥐어짜지 않아, 그건 베토벤이지" 라는 교수님의 말씀인데, '과연' 즐길 수 없을 거다. 직업적인 어릿광대가 자각없이 사람을 웃기는 게 아니듯 웃음의 괴로움은 그의 어깨 위에 쌓여만 갈 뿐, 변호할 생각도 갖지 못한다, 남는 건 작곡가가 아니라 음악이니까! 음악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과 이 발칙하고 깜찍한 작품을 듣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들과는 함께 웃어줄 트라좀씨가 무진장 보고 싶었다.
▲ 아저씨...좀 웃어요.
통조림은, 마틴 학교네 생생히 지글대는 원전 연주를 비롯해 들을 수 있는 만큼 다 들어봤지만 개인적으로 아르농쿠르가 지휘한 콘체르투스 무지쿠스 빈의 연주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리듬감과 현악이 새처럼 비비적비비적 귀엽다. 프렌치 혼은 몸을 배배꼬며 꽉꽉대고 바이올린은 숨이 넘어간다. 작품 특성에 따른 의도적인 부조화 때문인지 금관의 울림이 약간 불투명하고 모자란 듯한 감이 거슬릴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정격연주의 엄밀함과 현악에의 참을 수 없는 감각, 탁월한 음량배분에 날아오를 듯한 가뿐함도 잘 살아있다. 역시 이런 풍자는 독살스럽기보단 악의없이 유쾌하게 한바탕 웃어버리는 프랑샘의 대화같은 접근인걸까. 모짜르트가 방울방울 너무 진해 가슴이 벌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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