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질 것도 없는 언어 속에서 이미 부서져 버린 약속들,
어제가 되어버린 꿈들...스러져가는 노을을 등지고 읽는 테니슨의 율리시스,
바람에 그림자가 흔들릴 때면 찾아오는 모비딕의 오프닝, 그리고...초원의 빛.
어느덧 2년의 세월이 흘러버린 그 때의 5월로부터, 언제나처럼 같은 전언.
「인간은 불멸을 믿어야 한다, 인간은 그럴 만한 권리가 있다, 그것은 본성에 어울리는 일이다.」
―그렇게 비논리적일 수가.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내가 나에게, 세상에게 했던 모든 약속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픈 사람, 그런 그분이 내 앞에서 울었어요. 그런데…그건 나였어요.
아무런 꿈도 꾸지마, 어떤 기대도 갖지 말고 기어다녀. 네게 말을 걸고 네게 소원을 주었던 태양은
저 땅 아래에 있다. 보았던 모든 것을 잊어버려, 망할놈의 이성도 믿지 말고 끝내주는 회한일랑 단념해라.
논리보다 끝없는 지옥이 펼쳐져 있다. 계절이 식어가는 붉은 들풀의 고요한 갈증 속에 인내를 삼키자.
다시는, 교회 종이 3 번 울리는 정도로 역겨워하지는 말기를.
자, 무식하게 전진.
계속되는 종말.
자, 무식하게 전진.
다행인가? 그래, 어쩌면.
착하지, 내 말을 들어. 전쟁은 생명의 영원한 테마야.
넌 안개 속에서, 모든 게 되풀이되는 저 유명한 안개 속에서
되풀이 되지 않는 북소리를 기다리거라.
사물이 내 눈 속에 시퍼런 금속의 날로 일그러져 투영될 때마다,
내 심장을 얽어맨 혈관이 의무의 사슬로 죄어올 때 마다,
오래전 유예되었던 결말이 영혼의 그림자가 되어 다가올 때 마다,
5월의 햇빛이 어제에서 춤추듯 돌아와 오늘의 꿈으로 깨어날 때 마다,
다른 누군가가 내 안에서 외톨이가 되어 빈 흉골을 뒤흔들어 놓을 때 마다,
모든 것에 안녕이라 말하고픈 욕망이 심약한 관념으로 치밀려올 때 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내가 이음줄을 그려야할 때라는 걸 깨닫는게지.
상행음에 목표가 될 별을 띄우고, 새로운 코다에는 조차가 심한 만을 짜 넣자,
그리고 날이 밝기 전에 떠나자, 어린 조개처럼 소박하게 혀를 내놓고.
"Durch Leiden Freude!"
그가 칸타빌레를 얼마나 중요시 했던가, 정말 갈 수 있을까 싶어도, 아무리 불안하게 되물어도
베토벤은 언제나 져버림없는 영혼의 기둥이 되어준다. "오, 친구여, 그런 것 말고 좀더 기쁜 노래를 부르세!"
「비가 몹시 오는 4월이면 잿빛의 나날이 계속되었다,
안개가 자욱한 라인 강 기슭에서 마음 속으로 베토벤과 말을 주고 받으며
그에게 나 자신을 고백하며 그의 슬픔과 강함, 그의 고뇌, 그의 환희에 의해
힘을 얻은 나의 무릎꿇은 마음은 어느새 그의 힘찬 손에 이끌려 일어서게 되었다.」
―Romain Rolland, "La Vie de Beethoven -Vie des hommes illustr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