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규칙
1. 자신의 직종이나 전공 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를 써주세요.
2. 다음 주자 3분께 바톤을 넘겨주세요.
3. 마감기한은 7월 31일까지 입니다.
- 바톤은 그저 꿀꺽.(...)
편견이라니, 단어 자체가 피곤하기 그지없다. 그렇다치면 편견 아닌 것은 또 무엇인고. 나는 늘 괜시리 서론이 긴 편이니 각설하고 즉각 본론 들어간다. 나는 내 전공에 관해 그다지 항변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이 문답 규칙을 반드시 따르리라는 것도 일종의 편견인 듯 하니 패스한다. 베토벤의 대위법 논란이라든지 기타 음악 얘기도 하고 싶지만, 지면상 고양이 중성화에 집중하겠다. 아마 이것만 해도 길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 중성화를 당연시하고, 꼭 필요한 과정으로 간주하나, 내 생각에―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고양이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배려'는 생각지도 못할 것 같다. 대다수 고양이 커뮤니티 회원들은 '중성화'에 반대한다치면 어머머머 몰상식한 상놈이라 매도하는데, 도대체 이 사람들은 한번이라도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 걸까.
먼저, 중성화가 필수적이라 믿는 이들의 근거를 듣자면 개요는 대강 이러하다.
① 발정은 오로지 본능에 의한 것으로, 중성화를 통해 이를 억제하지 않는 한, 고양이는 발정이 올 때마다
잠도 못자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일생토록 시달린다.
② 중성화를 실시하면 자궁암, 유방암 기타 등등의 질환 위험이 획기적으로 감소하며, 고양이의 수명이 증가한다.
③ 발정기에 수반되는 고성의 세레나데, 수컷의 스프레이(소변 분사로 영역 표시 및 암코양이 유혹)를 원천적으로
방지하여 반려동물과의 생활분쟁을 해결하며, 이웃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④ 품종 고양이의 출산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여 동물학대를 예방한다.
⑤ 길고양이의 개체수 조절을 위해 필수적이다.
③번부터는 글의 흐름에 따라 차차 언급되니 조급하게 성내지 말고 읽자. (품종 고양이의 출산 건은 내가 얘기해서 될 것도 아니지만, 중성화에 반대한다는 것이 교배에 찬성한다는 뜻이 되진 않음을 숙지하길 바란다.)
①번의 경우 어차피, 후반에 언급될 "진정한 배려"의 범위 내에서 반려인이 해줄 수 있는 일은 한정된다. 고독한 고양이 걱정으로 눈물흘릴 반려인을 위해 말해두지만, 고양이는 온갖 질병에 걸릴 수 있어도 불면증에는 걸리지 않는다.
②번에게선 마치...포경수술이 한 남자를 인간으로서 완성시키기 위한 보건의료적이며 사랑에 입각한 지상 마지막 과업인양 적극 선전하는 비뇨기과 같은 냄새가 난다...저런 근거라면 사람의 생식기나 유방도 절제하고 자궁도 적출해버리면 그 관련 위험이 획기적으로 감소할 터인데 왜 내버려둘까. 더군다나 수명의 경우, 중성화된 사람(대표적으로 중세의 카스트라토)과 마찬가지로 중성화된 고양이의 수명이 더 짧아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암코양이 경우 잦은 출산이 텔로미어의 분화를 촉진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중성화된" 암수고양이는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체계가 손상되어 "자율급식"이 불가해지며,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각종 질병 위험에 노출된다. 반려인이 급식을 조절해주지 않는다면,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게 된 고양이는 비만해지고 뱃속엔 활성산소가 그득하여 모르는 사이 급노화될 것이다. 실험에 의해 밝혀진 고양이 한번에 얼마나 먹을 수 있나의 "여섯그릇 반"이라는 무절제한 수치는 중성화된 고양이에 한정된다. 중성화되지 않은 정상적인 고양이는 한 그릇이면 배가 불러 다음을 기약한다.(물론 개묘차에 의해 약간 더 먹을 수도 있다) 만약 댁의 고양이가 중성화되었는데도 자율급식이 가능하다면 기적이니 감사할지어다. 녀석은 발정이 올 만큼 호르몬 분비가 되지 않을 뿐 완전히 중성화되지는 않았다. 심리학적 측면으로 넘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예전에, 어린 아이를 무작정 병원에 입원시키고는 그 심정을 묻는 실험이 있었다. 여기에 왜 입원하였으며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으냐 물으니 어린이들은 한결같이 불안한 얼굴을 한 채 자신의 생식기를 가르키며 대답했다. "여기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사람의 어린이도 본능적으로 이러한데, 하물며 고양이가 일생토록 간직할 심리적인 충격과 공포, 고통에 대해서 인간이 알 리가 만무하다.
내가 이 이미지를 인용하게 될 줄이야.
이 사람들은 대체 왜 중성화 자체가 동물학대라고는 생각치 않는걸까. 그걸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시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동장 하나 사서 그렇게 쉽게 애묘를 달랑 병원으로 날라주다니...! 고양이를 키우는 남성의 경우, 중성화를 시키러 병원으로 향하다가도, 차마 그런 짓은 할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오는 일이 꽤 잦지만, 여성들은 대게 독하다. "고자라서 다행이야"
무엇이 그리 다행이라는 걸까. 우선적으로 중성화는 몹시 위험하다. 중성화가 그 작은 고양이의 일생에서 얼마나 큰 수술인지 인지하길 바란다. 병원은 온통 세균과 바이러스 투성이고, 소독약 냄새가 폴폴 풍긴다는 것만으로는 균들의 사망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수술 도중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감염과 낭포성 염증 등의 위험이 도사린다. 스트레스성 질환과 잠복 기간만해도 1~5년에 이르는 위험 질병은 물론이요, 혈관을 잘못 건드린 경우 봉합 후 심한 출혈로 복강에 피가 고여 쇼크사할 수 있으며, 수술 후에도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아 신체가 마비되거나 코마 상태 그대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일도 드물지 않다. 사람의 수술도 척추마취에는 망설이는데, 고작 중성화 때문에 사랑하는 고양이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니! 목숨을 걸어야하지만 안해도 되는 수술이 있다면 대체 수술받는 인간이 있기나 할까.
'내 고양이가 누군가의 아빠나 엄마인 건 싫어요'라는 분은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다. 그분에겐 싫어할 권한만이 있을 뿐 이를 완전히 금지할 권한은 없다. '니 인생이 아니자너.' 같은 고양이가 아닌 이상 고양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반려인은 알 도리가 없다. 애정과 소유욕은 엄밀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나의 애인]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지 [내 것]은 아닌 것처럼, 고양이 또한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이지, [내 고양이]는 아니다. (현재 법령은 반려동물을 사유재산으로 규정하지만)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가 이웃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맛난 것을 즐기며 따뜻하고 안전하게 살도록 배려할 수는 있어도(법상으로는 의무) 고양이가 울고 스프레이하고 스크레치한다고해서 중성화시키거나 발톱을 뽑아서는 안된다. 강아지의 성대를 절제하는 시술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인간은 그럴 권한이 없다. 고양이의 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진정 가족으로서 함께 참고 버티며 지켜줄 것이 아니라면 아예 고양이와 살 생각을 마라. 고양이의 삶을 억압하고 통제하여 희생을 강요하고 인간에게 짜맞추려 하지 마라.
따신 방에 지지고 누워 맛난 음식 배불리 먹는 것만이 행복하고 주체적인 삶은 아니다. 가정집이나 보호시설의 관리를 받는 고자 고양이는 안락한 삶을 누리지만 분명 고양이다운 삶의 일부를 잃고 있다. 시골로 함께 이사온 우리 냐옹이 시몬은 새벽에 나무문살을 뚫어부수고 뛰쳐나가서는, 감나무 높이 올라 용감하고 씩씩하게 스크레치를 했다. 자연계의 거의 모든 불균형은 인간의 관여로 생겨난다. 자연은 균형을 유지하는 터울을 알고 있다. 인간은 오로지 범하기만 해왔다. 지난 세월 인간의 어리석음은 되려 인구를 조절하는 구실을 해왔지만, 질병과 전쟁 등은 이미 그 역할을 상실했고 식품철학, 과학, 의학 등의 발전으로 개선된 생활환경은 인간으로 하여금 믿기 힘들만큼 비자연적이고 비정상적인 개체증가를 이루기를 부추겼다. 이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십자군 원정, 제국주의의 도래와 그 뿌리가 같은 음모였다. 그리고는 곧 환경에 문제가 나타났다.
인간의 인내심과 자만은 반비례한다. "우리"를 기준으로 선을 긋는 인간이여, 그저 인내하라. 네 탄소 발자국이 너무나 넓은 나머지 도시 고양이와 그외 야생동물의 삶을 침범하는 것에 오히려 미안해하라. 그들의 개체조절 문제는 애초에 인간이 야기한 것이니 네가 여기서 사라져줄 것이 아니라면 참을지어다. 그들이 밤새 가옹가옹 세레나데를 우짖든 스프레이를 하든 간에, 고양이가 자연과 환경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순응하라. 그것이 참된 배려일지어니, 네 이웃인 고양이를 돕진 못할 망정, 말 못하는 짐승에게 무슨 극악한 짓을 감히 선의 이름으로 행한단 말이냐. 네 생활의 배설물로 가득한 여기는 예전에 숲이었다.
덧붙이자면,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의 세계여행과 캣쇼 출전을 금지하는 애묘계의 동물학대적인 풍토는 일종의 묘권억압처럼 여겨진다. 고양이 가라사대, 누구 맘대로?
뭐, 애당초 소, 닭, 돼지, 양, 기타 어패류를 냠냠하는 족속으로서 동물학대를 운운한다는 게 우습긴하지만.








